예비 고1 수학 선행어디까지? “겁주지 마!! 내 맘대로 할 거니까!”

예비 고1 수학 선행어디까지? “겁주지 마!! 내 맘대로 할 거니까!”

오정훈 교사

기사등록 2023-12-07 11:53:42
기사수정 2023-12-11 13:15:40

<입시칼럼>

예비 고1 수학 선행어디까지?

"겁주지 마!! 내 맘대로 할 거니까!!"

오정훈 죽전고등학교 수학교사

입시설명회를 하거나 상담을 할 때는 물론이고 지인들과 자녀 교육에 대해 사적인 대화를 나눌 때도 항상 빠지지 않고 하는 질문은 선행학습이다. 그런데 “선행학습... 해야 되나요 ?”라는 질문보다는 “중3인데 고등학교 입학 전에 어디까지 끝내야 되나요?” 류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 질문을 하는 기성세대들도 자라오면서 선행학습을 했을 것이고 나 역시도 그랬던 것 같다. 선행학습은 입시 현장의 한 모습이지 근래 들어 나타난 것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학교 현장에서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학생들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선행학습에 대한 논쟁은 아직까지도 진행 중인데다가 선행학습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많은 통로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나오고 있다. 이 상황이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더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나만’ 또는 ‘우리 아이만’ 도태되는거 아냐?

어느 쪽에서는 선행학습의 불필요함을 넘어서 그 폐해를 주장하기도 하는 반면 지역사회 또는 학부모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그들만의 선행학습의 표준 커리큘럼(?)까지도 있어 보인다. 그래서 선행학습을 안 하자니 주변에서는 다들 하는 것 같아 ‘나만’ 또는 ‘우리 아이만’ 도태될까 걱정이고 선행학습을 하자니 ‘효과가 없다’, ‘피해만 생긴다.’는 말들이 여러 매체에서 들려오니 전문가가 아닌 상황에서는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다수가 가는 방향대로 끌려가는 “군중심리”에 빠지게 되고 그래서 현재 선행학습을 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는 상황이 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사실 선행학습이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처럼 여겨져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의 상황에 대한 고려없이 그저 선행학습에만 열중하는 현상이 문제이지 선행학습 그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선행학습을 일종의 학습 과정, 방법으로 바라보고 자신에게 맞는 것인지 판단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습할 내용을 먼저 공부하는 예습이 어떻게 학생에게 안 좋을 수 있을까?

“다만 준비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정확하게 제대로 해야 한다. 하지만 선행학습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복구 불가능한 피해는 절대 생기지 않는다. 그저 남들보다 먼저 했을 뿐...”

어쩌면 이 멘트가 공교육에 있는 사람이 선행학습을 찬성한다고 비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행학습에 대해 찬성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다. 선행학습 자체에 대한 가치 판단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선행학습의 의미를 포장하고 확대시켜 필요성을 강조하거나 선행학습을 해서는 안되는 행위로 해석하는 상황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는 선행학습을 거쳐서 좋은 성과를 보이거나 선행학습을 하지 않고 좋은 성과를 보이는 학생이 항상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습 방법 그 자체로 보고 솔직하게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수학선행 학습 '카더라'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는 지혜가 필요해

오히려 교사의 입장에서는 선행학습의 필요성 또는 폐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학생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어떻게 공부하는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등등에 대해 얼마나 많은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수업을 하면서 관찰했었는지가 궁금할 때가 있다. 그래서 보지 않았으면서 또한 그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잘 모르는데 어떻게 그런 강한 주장을 하는지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사실 선행학습은 개인의 선택이고 그저 학습할 컨텐츠를 결정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보인다. 다만 이를 제공하는 쪽에서 과도하게 의미 부여를 하거나 압박을 주거나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