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수학교사가 전하는 선행학습에 대한 솔직한 생각

현직 수학교사가 전하는 선행학습에 대한 솔직한 생각 -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진짜 큰 일이 생길까요?

오정훈 교사

기사등록 2023-12-11 12:52:25
기사수정 2023-12-11 13:19:16

<입시칼럼> 현직 수학 교사가 말하는 선행 학습에 대한 솔직한 생각

수학, 선행 학습을 하지 않으면 진짜 큰 일이 생길까요?

죽전고등학교 오정훈 교사

선행학습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근거 중 많이 들어봤던 것은 고등학교의 과도한 학습량과 난도일 것이다. 고등학교 수학은 내용도 방대하고 문제도 어렵기 때문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교육과정이 일반적인 고등학생이 3년 동안에는 다 배우고 익힐 수 없을 정도로 비상식적인 많은 양과 높은 난도를 요구하고 있다는 뜻일까? 그래서 현재 우리 나라에서 정해주는 교육과정은 편법을 동원하지 않고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뜻일까? 이렇다면 국가 교육과정을 잘못 세웠기 때문에 선행 학습은 필수적이라는 것이 된다.

공포감에 사로잡혀 내달리는 선행학습이 가장 문제다!

사실일까? 나는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하고 입시를 준비하는 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지가 의심스럽다. 입시 과정을 치러봤는지 의심스럽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위의 근거를 가지고 하는 공포감 조성이다. 마치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처럼 이미 늦은 것처럼 공포감을 심어주어 선행 학습을 선택하게 한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3년 동안 입시를 준비하고 수능 시험을 본다. 이들의 논리는 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 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3년 동안 학생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그래서 이 시간 동안 다양한 학습 수준을 갖춘 학생들이 어떤 성과를 보이는 지를 충분한 데이터를 가지고 하는 이야기인지 의심스럽다.

단언컨대 3년은 절대 부족하지 않다!!

그래서 그동안 교사로 재직하면서 느낀 정말 중요한 것은 선행 학습 여부를 떠나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어떻게 공부하느냐 하는 것이다.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며 생각보다 수험 생활을 하는 기간은 길다.

물론 선행학습을 하면 처음 시기에 유리한 점이 당연히 있다. 잘못된 방법을 쓴 것이 아니라 본인이 제대로 했다면 정당한 노력을 하여 정당한 학습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선행학습을 하는 그 자체는 문제가 없다.

다만 선행 학습을 하지 않아도 꾸준하고 열심히 공부한다면 미리 학습한 학생들이 가지는 그 유리함을 극복할 만한 충분한 여유가 있으니 너무 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사실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미리 공부하는 것에 단점이 있을 수는 없다

그것이 주는 유일한 단점은 미리 공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자신이 지금까지 배운 내용의 복습의 기회를 잃는 것이다. 선행 학습을 하지 않았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현재 학년의 내용에 대해 잘 학습이 되어 있고, 선행 학습으로 배운 다음 학년의 내용을 정확하게 잘 배우고 연습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선행 학습을 하지 않았다고 선행 학습을 한 학생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얘기하고, 늦었다고 얘기하는 것은 공포감 조성이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많은 시간과 공부할 기회가 있다. 그 시간 동안 충실히 공부한다면 누구 못지않은 실력을 분명 갖출 수 있다. 제대로 했다면 좋고, 안 했으면 앞으로 열심히 하면 된다. 100% 확신하지만 선행 학습 여부로 성적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입학 후 학습 태도에 의해 성적이 결정된다.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를 바란다.